하늘을 바라보며

푸른 하늘 한 아름 가져다가 가슴 깊이 고이 보관하다가 가슴 앓이하게 될 때마다 푸른 하늘 한 모금 마셔야지. 푸른 하늘의 첫맛은 새하얀 구름 맛 다음 맛은 구름 뒤에 숨은 따스한 해 맛 끝맛은 이 모든 걸 잊게 해주는 바람 맛 사이사이, 풀의 푸른 맛도 재잘거리는 상쾌한 새소리 맛도 하나하나, 모두 음미하며 마셔야지. 푸른 하늘 한 모금에 그날의 감각과 ...

이상,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그 하늘과 가까워졌기를..

목소리, 소음에 침묵하는 하늘. 언제라도, 곁을 지켜주는 하늘. 저 하늘이 될 수가 있다면, 아니, 내가 새가 되어 하늘을 누빌 수만 있다면 내 육신과 정신까지라도 모두 바치리! 내가 서 있는 곳은 맨바닥. 벌레도 구렁이도 나마저도 거닐 수 있는 그저 그런 땅. 누구라도 사는 대로 생각한다면 변함없이 있을 수 있는 땅. 하늘에서 피어난 이슬을 머금은 숨결은...

내겐 대낮이지만 누군가에겐 칠흑 같은 밤이겠지..

밤하늘을 누비는 그대, owl. 밤하늘을 매혹하는 그대, owl. 드높은 하늘에 올라, 검은 눈으로 세상을 지켜보매, 빛은 뒤집어쓰던 그림자들은 헐레벌떡 달아나네. 어둠을 뒤집어쓰던 사람들은 그제야 하늘을 올려다보네. 아직, 밤 12시. 해가, 종달새가 오긴 멀었다네. 아직, 밤하늘 위로 솟은 깃털이 순수하니 멀었다네. 밤하늘, 정상에 올라가 달에 자리하는...

하늘에는 내가 지켜야 됐을, 이제는 부시지 않는 게 다행인 달이 있습니다.

푸른 하늘에는 백옥같이 순수한 달이 있습니다. 검은 하늘에는 금빛의 아이 같은 달이 있습니다. 작은 세상에서 하늘을 보지 못해도 달이 있고 작은 세상에서 도시가 무너져 가도 달이 있고 작은 세상에서 검게 그을려도 달은 깨끗합니다. 세상이 달을 저버린다 한들 하늘에는 달이 있습니다. 세상이 달을 손으로 가린다고 한들 달은 존재합니다. 나는 달을 품을 수 있을...

비가 오는 날, 하늘에만 안개가 찾아왔습니다.

하늘이 뿌옇습니다. 마치 하늘에 안개가 자욱한 듯합니다. 마치 하늘이 안개 품으로 온 듯합니다. 안개로 덮인 하늘 사이로 물방울들이 떨어집니다. 눈물을 흘리듯이, 한 방울 두 방울 흘립니다. 서러웠다며 말하듯이, 안개 품속에서 웁니다. 아아, 그동안 하늘의 서글픔을 안개가 가져가려나 봅니다. 우리를 내려보며 지켜주는 하늘의 걱정 우리에게 다가오지 못하는 하...

하늘을 보니 달이 반달이었습니다.

달님, 달님 어쩌다가 반쪽이 그을려 검게 물들었을까. 달님, 달님 무얼 하다 반쪽을 가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할까. 달님도 나와 비슷한 처지 일려나. 누구에게 상처받아 검게 그을리게 되었을까. 누구에게 상처받아 자신마저 검게 가린 걸까. 달님, 오늘은 달님도 지쳤으니 자장가 말고 같이 안아서 자요, 나도 달님도 서로 의지하면서 말이에요. 달님, 다시 검게 물...

나의 희망을, 감정을 앗아가는 구름도 마냥 나쁘지는 않네요.

해를 가리는 구름은 싫지만, 때론 내 얼굴에 생긴 그늘을 가리는 구름이 좋다. 때론 내 마음에 생긴 그늘을 가리는 구름이 좋다. 혹은 비가 내리면, 나의 눈물을 가려주는 구름이니 좋다. 나의 우울을 흡수하는 구름이니 좋다. 흰 스펀지 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가져가는 구름이 좋다. 슬픈 날에는, 우울한 날에는 하늘을 올려다봐야지. 우울한 날에는 해와 달과 함께...

하늘에만 있을 것 같던 구름이 땅으로 내려온 것일까요?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하늘과의 경계가 무뎌집니다. 땅을 밟고 있음에도 구름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안개가 끼어 있어도 태양과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날, 하늘을 바라봅니다. 혹여나 하늘이 안개처럼 내려오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에요. 혹시나 하늘이 안개같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에요. 하늘과의 경계가 무뎌지는 날에는 안개가 자욱합니다.

하늘에서의 희망을 땅에서 찾았습니다.

구름은 나의 희망이 될 수 없음을 아는데, 그렇담, 나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희망이 없는 것보단 헛된 것이라도 품은 게 좋진 않을까. 무정한 것보다는 사랑하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게 나을까. 아니, 어쩌면 그런 짓은 구름보다 못한 것 같습니다. 하물며, 구름에 매달리는 이들보다 못한 것 같습니다. 아아, 나의 덧없는 희망이 아닌 품을 수 있는 희망은...

꿈이자 목표인 산에 천천히 오르는 게 구름에겐 싫은가 봅니다.

창가에 기대어 세상을 훑어보는데, 허무하면서도 이로 말할 수 없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허망하면서도 차마 봤다고 말하기 껄끄러운 걸 보았습니다. 그 광경은 하늘에 닿은 -모두의 영광인- 산에 그 곰팡이 같은 구름이 성큼성큼 오르는 것입니다. 하늘에 가까워지면 어떤 기분일지 호기심에 힘들게 오르는데, 하늘을 우러러보고 별은 어떨지 기대심에 산에 오르는데, 하늘...

달님, 날 보지 못하게 높이 올라가 주이소.

달님, 달님. 저 하늘 높이 올라가 주셔요. 달님, 달님. 절 잊고 높이 솟아가 주셔요. 달님이 잠시 멀리 가시면 참았던 울분을 토할 수 있어요. 달님이 잠시 훌쩍 떠나면 세상에 하소연을 할 수 있어요. 달님이 잠시 뒤를 보이면 눈물을 내 손으로 닦을 거예요. 하늘은 저리도 높은데, 달님은 날 지켜주니. 잠이 오지 않은 날에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되기도 ...

푸르른 것도 아니요 하얀 것도 아니요 그저 허옇더라

하늘이 유독 허옇습니다. 푸르른 것도 아니요 하얀 것도 아니요 오로지 허옇습니다. 구름이 없는 하늘이 허옇니 내 마음도 허옇습니다. 이리저리 떠돌면서도 하늘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는데, 이따금 푸르른 하늘이 좋기도 하고 밉기도 합니다. 이따금 하늘에 피해 동굴에서 홀로 있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한 탓인지 하늘이 허옇습니다. 푸르른 것도 아니요 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