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며 진홍빛 시간을 보냈다. 너를 생각하며 검은빛 시간을 넘겼다. 이젠 푸른 시간을 맞이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 푸른 시간에는, 네가 서 있을 테니까. 푸른 시간에는 네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어서 빨리 걸음을 재촉하지마는 나는 내가 어찌 보일까만, 걱정뿐이다. 나는 네가 실망하진 않을까 걱정뿐이다. 너를 기다리며 진홍빛 시간을 보냈다. 너를 생...
모두가 위축될 정도로 강렬한 빛을 내뿜던 나는 내 주변에 반딧불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자 끝이 없을 듯한 고독과 고요에 빠져 버렸습니다. 지독히도 어두운 늦은 밤에, 푸른 달빛은 안전하게 움직이도록 내 발밑을 비춰주었습니다. 찬란한 은하수도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방향을 비춰주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바람을 따라, 구름을 따라 한 걸음씩 내디뎠습니다. 내디딘 발...
당신은 사랑을 모르겠지요, 오브라이언 껍대기 뿐인 당신은 애정을 모르겠지요. 날 파먹어 껍대기로 만드는 당신을 나는 애정하죠. 당신은 내가 당신을 애정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죠. 당신은 내가 날 미치도록 증오할 것을 참 잘 알고 있죠. 언제나 당신 손 안에서 다짐 하고 또 고통스러워 했으니. 비록 그대가 나의 속을 다 먹어치워서, 나도 껍대기가 되면 서...
어느 날 갑자기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지. 뜨거운 물에 티백을 잠기게 두던 시간은 어디로 흩어져 버린 걸까. 뜨거운 물에 코코아 가루를 붓던 시간은 어디에서 놓쳐 버린 걸까. 달빛마저 사라진 쌀쌀했던 한여름 밤에 바람이 스치는 창가에 서서 마시던, 시간은 어디로 흩어져 버린 걸까. 회색빛의 태양이 기울던 어느 겨울 낮에 이불을 뒤집어쓰곤 호로록...
따스한 햇빛에 눈이 멀 것 같아. 차가운 달빛에 숨이 멎을 것 같아. 허무맹랑한 저 구름은 하늘에 갇힌 걸까, 나처럼? 아니 구름은 돌아다녀 나는 여기에 멈춰있고 구름은 하늘에 서 있지. 저 깊은 바다에서도 구름을 볼 수 있을까? 저 깊은 심해에선 구름을 안을 수 있을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라, 무작정 바다에 빠져버린다면. 하지만 아직은 아직은 여기에서 ...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나의 숨을 풀어주오. 늪지대처럼 진득해진 나의 맘을 씻겨주오. 저 아스라이 핀 꽃잎에도 나 바스라져, 구원해주오. . . . . 강렬한 태양 아래에 서서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셔본 적이 있소? 난 없소, 숨쉰다는 건 마냥 버겁소. 하지만 말이오, 누가 그러는데, '사랑'이란 걸 하면 새 삶을 산다고 했다네. 그래서 난 날 구원해줄 이를...
구슬을 굴렸지. 한참 동안 굴러가는 구슬을 보았지. 투명한 척 속을 내비치는 구슬, 누가 그 꾸며진 속내를 믿나, 누가 그 거짓된 속내를 믿나. 모두 다 날 위험으로 빠뜨리려는 계략일 거야. 난 다시, 구슬을 굴렸지. 저 멀리, 오지 못하도록. 한참 동안 굴러가는 구슬을 보았지. 저건 위선이었을 거야, 난 알아. 저건 위험하니까, 날 지켜준 거야. 외롭지 ...
벚꽃이 흩날린다. 흔들리며 내게 다가온 벚꽃을, 나는 사뿐히 즈려밟았다. 살랑이며 봄을 전해준 벚꽃을, 나는 가볍게 즈려밟았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이 싫다. 새로이 시작하는 봄이 싫다. 그럼에도 벚꽃은 흩날린다. 분홍빛을 머금은 채로 사랑의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새로이 시작하는 봄이기에 사람이 죽어가는 봄이었다. 그럼에도 벚꽃은 흩날린다. 사람들이 가장 ...
너는 벚꽃을 좋아한다고 했지. 흩날리는 벚꽃 아래에서 떨어진 벚꽃잎을 짓밟으면서 말야. 너는 진달래꽃을 좋아한다고 했지. 진달래를 꺽어다가 잠시 즐기다가 길가에 무심히 던지면서 말야. 너는 나를 좋아한다고 했지. 나는 너를 좋아하긴 하지만 '나도' 라고는 못하겠더라.
뭐든지 버릴 수 있어야 온전히 소유할 수 있다고 뭐든지 애절하지 않아야 제대로 볼 수가 있다고 뭐든지 만남이 있으면 무조건 헤어짐이 있기에 나는 당신을 가질 수가 없었는데 당신은 나를 온전히 소유하셨죠. 나는 당신을 우러러보느라 제대로 못 봤는데 당신은 내 위에서 나에 대해 사유하시곤 하셨죠, 그렇게 당신은 나와의 헤어짐만을 나는 계속될 만남을 염려하게 되...
날은 어두워졌는데, 아직도 여긴 밝기만 해. 이곳은 원래 이리도 어두워질 수 없는 곳이니? 이곳은 원래 밝아야만 숨 쉴 수 있는 곳이니? 여기선 눈물 한 방울조차, 연민 한 스푼조차 찾기 힘들구나. 왜 자꾸 밝아지려고 하는데, 왜 자꾸 웃으려고만 하는데 새벽이잖아, 달이 드러났으니 우리도 솔직해지자. 때론 눈물 한 방울 속 침묵이 미소보다 값지니까. 기쁘게...
베시시 웃던 그 미소를 어디서 잃어버린 거야. 웃음이 피어나듯 풍성하던 꽃 덤불도 어디 간 거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가버리면 나는? 나는 나는 나는 그래, 다신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가버리라고 빌어먹을 미소를 대신해 냉소가 내겐 있으니까. 빌어먹을 꽃 덤불 대신해 가시덤불이 있으니까. 난 아무렇지 않아. 난 아무렇지 않을 거야. 바람에 스며든 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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