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언제나 내 배 위에 올라타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했다. 너의 시선이 닿을 때면 배가 꼬여 울긋불긋 붉은 꽃이 피어나고 다리가 풀려 털썩, 너를 올려다보아야 했다. 너는 내 심장을 밟곤 했다. 너는 내 폐도 즈려 밟았다. 너는 내 위도 뚫려 했다. 네 발에 스며들어, 나는 내 배가 아프지 않게 되었다. 나는 고통에 시달려 잊게 되었다. 네게로 모든 걸...
네 손톱에는 죽은 색의 매니큐어가 내 눈동자엔 바다속에 너의 잔상이 나는 네 손톱 옆을 물어뜯어 네 매니큐어를 벗겨내곤 했지. 네 죽음의 그림자를 뜯곤 했지. 살굿빛 손톱의 우리는 실실 웃곤 했어. 살아있는 사람의 특권을 마음껏 누렸어, 해가 하늘에 들어와 달아날 때까지 달이 시중만 들다가 신고할 때까지 별이 기다리다 벽장에서 잠들 때까지 그 별이 하늘에서...
빗물이 거센 날에 너는 나의 우비가 되어 주었지. 바람이 거센 날에 너는 나의 바람막이가 되어줬지. 그랬던 네게 나는 무엇도 되어줄 수가 없었어. 나는 흘러 넘치는 네 강에서 너를 휩쓸리게 둔 것만 같아. 그리고 두번의 기회는 없었지. 너는 더 이상 햇빛을 받을 수 없게 되었어. 너는 더 이상 빛을 사랑할 수 없게 되었어. 너의 찰랑이는 바다 너머 심해로 ...
우리의 시간이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우리는 지금을 계속해서 그릴 거야. 나는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고 너는 이 육체가 영원하길 바라지. 괜찮아, 우리의 관계가 짙어질수록 노을은 아름다울 테니. 나의 내일은 벌써 희미해졌어. 네가 없던 어제는 아주 오래됐으니까. 내겐 내가 있는 지금 뿐이니까. 기억은 점점 잊혀진다는데, 그렇담, 우린 서로의 영혼에 각인을 남...
우린 서로를 사랑할수록 우린 서로를 죽이고 있어. 나는 네 폐로 숨을 쉬고 너는 내 심장으로 사니, 우린 점차 하나가 되어 가는 걸까? 그런데 왜 죽어가는 느낌일까, 너도 나도 지독히도 사랑하는데, 우린 우릴 끔찍하게 사랑하는데. 나는 네 왼쪽 눈으로 옆사람을 봤어. 너도 내 오른쪽 눈으로 옆사람을 봤지. 우린 그렇게 한참을 서로를 보듯 거울을 봤어. 나는...
무심히 나를 짓밟은 당신은 언제나 나를 따스히 안았어. 그 포옹에 취해, 이 끝나지 않을 악몽을 사랑하게 된 거야. 이 지독한 감기를 깊이 앓아야 했던 거야. 정신이 들 때면, 나는 엉엉 울며 당신에게 품으로 숨곤 했어. 그러면 당신은 다정히 내 갈비뼈를 부숴주었지. 당신은 당신이 뭘 하는지도 모른 채 날 죽이곤 해. 당신을 향해 울던 눈물은 이내 내게로 ...
네가 말했지, 추억은 쌓이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거라고. 상처는 쌓이는 게 아니라 아물기 전 상태라고. 네 말은 비를 해치고 내게 가닿았지만, 난 너를 보지 않고 떠나버렸지. 난 비가 내리던 여느 날로 갔지. 비가 그치지 않는 그을린 세상을 너는 모르겠지. 여기서 추억은 점점 엉키다가 버려지지. 여기서 상처는 점점 벌어지다가 썩어가지. 달이 뜨지 않는 백야...
그렇게 너와 나는 계속 반복할 것이다. 네가 날 사랑한다 하였다. 내가 널 사랑한다 답했다. 다만, 서로 ‘나도’라는 말은 할 수 없다. 너는 나와 다른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나는 네게 있어서 타인이고 너는 내게 있어서 타인이니 타인끼리 만나 제각각 제멋대로 사랑한다. 너는 내 눈을 맞추고 나는 네 입을 맞춘다. 우린 늘 서로 달랐다....
결국 꽃은 피고 말 것이니, 나는 사무치도록 널 그리워하겠지.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나와 나지만, 나도 너를 알고 너도 나를 알아. 봄이 오면, 너는 내게 올 것이야. 눈이 녹아 꽃이 피면, 올 것이야. 하지만 그 봄이 몇 번째인지는 아무도 거미가 배우지 않아도 거미줄을 짜듯이, 나는 널 그리워할 걸 알고 너는 날 찾아낼 걸 알아. 한 번도 시간을 보낸...
빗발이 거세지는 날에는 안개가 내려앉아, 바다에게 흰옷을 입힌다. 하늘이 고이 접어두던 안개를 바다가 깊이 감싸 안듯 입는다. 비가 가시면, 바다는 구름을 지어 보내려나. 그렇담 한동안은 하늘이 보송한 구름을 입겠구나.
가느다란 네 따스함이 더는 닿지를 않아서, 그토록 여린 너였지만, 너만이 나를 살아가도록 만들 수 있었는데, 너만이 나의 심장을 펌프질할 수 있었는데. 어느 가을날, 붉은 드레스 입은 낙엽 사이로 바다를 뒤집어 놓은 듯한 하늘 아래서 너는 사라져버렸지. 기어코 날 죽이려는구나. 차라리 내 목을 물 것이지. 차라리 내 눈을 팔 것이지. 내게 준비되지 않은 겨...
밤하늘 아래서 검은 강 위를 미끄럽게 노니는 희고 흰 오리 한 쌍을 보았소. 심해와 같은 검은 강 위로 붉은 낙엽이 스며들고 노란 달빛이 찰랑거렸소. 매화가 지고 나면 보러 가세. 봄이 방문하면 함께 가세. 푸르른 하늘의 품에서 새파란 강 위를 애정하듯 노니는 희고 흰 오리 가족을 보러 가세나. 구름처럼 하늘하늘한 강 위로 분홍빛 벚꽃잎이 춤을 추고 고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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