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널 소유했는데 난 널 잃고 있구나. 너는 두 눈으로 나를 집어삼키고 나는 네 입에서 위(胃)로 침전하고 너는 두 손으로 나의 심장을 쥐어짜고 나는 네 발에다 나의 입술을 바쳐보지. 우리의 아찔한 실타래는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러웠지. 고통을 잊기 위해, 네게 말했어, "내게 거짓 하나 없다 맹세해." 그러자, 나를 집어삼키던 눈동자가 커졌고 나를 녹여서 ...
하얀 하늘이 땅으로 얇은 빗물 푹 떨구고 하얀 달님이 땅 위로 푸른 바람 휙 보내니 가슴 아래 묵혀두었던 가슴 아린 사랑을 떠나보내네. 이미 당신은 나와 헤어지셨지만 나는 당신을 오늘 떠나 보내네. 하얀 하늘이 땅으로 가는 슬픔을 떨구고 하얀 달님이 땅 위로 푸른 추억을 보내니 가슴 아래 간직해두었던 고이 간직한 사랑을 떠나보내네. 이미 고운 얼굴은 희미해...
푸르른 여름이 사랑을 속삭이고 파릇한 우리는 한창이었네. 봄날의 추억은 우리에게 꽃 한 아름을, 우리는 봄날에게 굿나잇 키스를 했네. 온 세상이 축복 한 가운데 있었네. 온 세상에 축복이 거두어 지고 온 세상이 허옇게 희석되어 가네. 오로지 흰 눈 뿐. 눈 위에서 무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잊혀진 사랑에서 무얼 볼 수 있단 말인가. 이글거리던 이 마음은 ...
축 늘어진 나뭇잎 사이로 휙 스쳐간 바람이 좋아서 나 이곳에 온몸을 맡긴다. 그 품속 그늘진 곳에 잠겨, 푸른 하늘에 머리를 적시고 푸른 잎으로 마음을 닦는다. 흐트러지는 감각은 잊고 흩어지는 구름과 동화된다. 축 늘어진 나뭇잎 사이로 휙 스쳐간 바람을 느끼며 나 이곳에 깊이 스며든다.
만져봐, 아직 따듯해. 내게 심장을 건낸 너, 그걸 쳐다만 보던 나, 우리 둘만의 첫 만남. 너는 아무에게나 심장을 건네주었지. 너는 누구든지 심장을 받아주면 기뻐했고 받은 이는 되돌려주기도, 가버리기도 했지. 너의 비어버린 심장 자리에는 언제나 새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새 심장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건냈지. 사랑을 주고 때론 사랑받고 그러는 네가 너...
한껏 웃어버리자, 절벽 끝자락에서 날갯짓하는 것들을 보며, 절벽 아래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들을 보며. 그 누구보다도 비참하지 않도록, 한껏 웃어버리자. 과대한 이상과 비루한 현실 중 하나를 선택지 않고 다 버리자. 새로운 현실을 멋지게 가꾸자. 망상을 키우고 나의 새를 가두고 현실을 가리고 너의 새도 죽이자. 우리의 날개도 한껏 꺾어 버리자. 그 누구보다도...
일그러진 정신을 저 멀리 놓아주면 아득히 멀어져만 가는 실루엣 너머 흐트러진 세상을 느낄 수 있다. 어지러운 세상에 무모한 규칙보단 어지러운 나를 세상에 풀어 놓으면 모든게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너머 사라져도 좋을 가벼움으로 나를 쉬이 숨쉬도록 둔다. 날숨에 해가 뜨고 들숨에 달이 빛나 아른거리는 세상을 느낀다. 함께하던 강박을 저...
투명한 유리창 앞에 수십, 수백만의 군중. 모두가 침만 꼴깍 삼키며 유리창이 무너지길 기다린다. 그 누구도 손대지 않는 유리창은 굳건해진다. 군중은 입을 통해 눈을 가린다. 유리를 시멘트로 만들기도 하며 얇은 창의 두께를 무한대로 만든다. 유흥 찾아 떠돌던 어릿광대, 군중 앞 유리창 앞에 선다. 모든 시선이 모인 가운데, 그는 유리창을 깨버린다. 하나의 쇼...
어릴 적 공간에 놓이는 꿈은 아름다운 고통이라 중독된다. 어릴 적 찾을 수 없었던 문을 찾아 도망치고 넘어지고 다시 붙잡힌다. 도망치는 매 순간 희열에 사로잡힌다. 붙잡히는 매 순간 고통에 빠져든다. 어릴 적 상상만 하던 창을 찾아 뛰어내리고 망가지면서 도망친다. 어릴 적 장소에 놓이는 꿈은 트라우마를 희망적으로 자극해 매료된다.
어둠은 밝은 빛을 사랑한대. 그래서 어둠은 빛의 곁에 머무르다 빛이 꺼지면 그 자리서 울어버린대. 다시 빛이 돌아오기까지, 평생동안. 넌 어둠의 통곡을 들어본 적 없겠지. 난 들었었어. 너와 도망쳤던 한여름 밤에 희미해져 가던 전등 아래서 바람에 실린 비루한 울음을. 그 소리가 마치 나같아서 널 꼬옥 안고서 잠들엇지. 네 품에 안겨서 숨쉬었지. 네 품에 안...
빛은 날카롭다. 얼마나 날카로운지! 눈을 찌르고는 색상을 주입한다. 눈동자가 색으로 뒤덮혀 버린다. 수많은 색이 비좁은 눈동자에 비집고 무채색마저 눈동자 위서 짙게 찌른다. 눈을 뜨면 갇힌 실험쥐처럼 혼란스러우니 눈을 감으면 내던져진 자유처럼 두려우니 겨우 어둠 속에 스스로를 가둬 숨을 고른다. 빛은 날카롭다. 때론 칼처럼 위협적이고 때론 바람처럼 훅 꽂힌...
당신은 아주 희고 흰 사람이었다. 당신은 너무나 희어서 당신에게 색이 섞여도 당신은 편히 숨 쉬었다. 당신은 그런 흰 시선으로 모든 색채를 사랑할 줄 알았다. 모든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았다. 나는 검푸른 사람이었기에 당신도 검게 물들 줄 알았다. 당신도 푸른 날 모를 줄 알았다. 하지만, 당신은 아주 희고 흰 사람이었다. 당신은 너무나 희어서 당신에게 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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