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금붕어는 알까, 어항 너머 드넓은 바다의 존재를. 평생 저 어항에서 갇혀 산다는 걸. 내 친구들과 함께 비웃던 금붕어, 실은 그 모습이 나였을지도 몰라. 비좁은 어항을 매일 매일 헤엄치듯 숨 막히는 세상을 빙글빙글 살았지. 수면에서 뚝뚝 떨어지는 부족한 먹이를 보채듯 하늘에 턱없이 부족한 푸른 빛 희망을 보챘네. 나란 인간은 알까, 평생이 어항에 살고 ...
하늘이 푸를 때면, 바다는 파도를 푸르게 일으키고 하늘이 붉을 때면, 바다는 태양에게 붉게 작별한다. 하늘이 검을 때면, 바다는 검고 희게 달과 잠든다. 바다는 언제나 하늘색이었고 하늘색으로 많은 색상을 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살구색 바다를 보았다. 네 손으로 바닷물을 모으더니 네 손에 작은 바다가 생겼다. 내 맘에 파도가 일렁거렸다. 바다는 언제나 하...
내 꽃잎을 뜯으며 내 뿌리까지 뽑아 다신 꽃피우지 못하게 만들자. 내 꽃잎을 뜯어간 네가 불쌍해. 내 뿌리를 뽑으려는 네가 좋아. 이젠 현실을 등지고 나만 봐야 할 거야. 우린 붉은 춤을 추며 흰 드레스를 붉게 물들여 우린 하나의 장미가 될 거야. 넌 장미를 미워했지. 넌 장미를 뽑아댔지. 넌 장미만을 봤으니 나의 꽃송이가 되어, 장미꽃이 될 거야. 나의 ...
투박하게 쌓인 상자 안으로 당신이 기어들어 가고 나는 곧이어 당신을 따라 들어갔지. 무한히 넓어진 공간, 그리고 당신의 부재. 나는 꿈이란 걸 알았는데도, 무섭더라. 당신을 찾기 위해, 당신의 이름을 짖으며 쏘아 다니고 당신을 그리며 이곳을 그려 나갔지. 맨발로 우뚝 선 나는 알았어, 당신의 흩어짐을, 그리고 꿈이라는 것도. 하지만 당신의 그림자를 본 순간...
시계 안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어, 계속 볼수록 넌 그곳을 사랑하게 될 거야. 느릿느릿 걸어가는 구름 아래서 미친 듯이 굴러가는 자동차 틈에 손목을 휘감은 시계로 확인해 봐. 넌, 시간의 감각을 사랑하게 될 거야. 아무 탈 없이 걸어가는 사람 곁에 아픈 듯 고함을 지르는 귀를 막고 움켜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단 하나의 세계와 감각을 알려주는 숫자, ...
당신은 참 수채화 같아, 당신을 지우려 할수록 내 마음이 울거든. 투명하게 다가온 주제에 왜 당신이 덧칠해질수록 내 마음이 탁해지는 거야? 우리 처음에는 정말 깨끗했잖아. 푸른 바다처럼 서로를 품어주었잖아. 푸른 하늘처럼 언제나 하나였었잖아. 그랬던 우리가 같이하면 할수록 나에게 당신을 허락하면 할수록 내 마음의 여백이 사라져 갈까? 당신은 참 수채화 같아...
끝내 온전히 못하더라도, 날 사랑해 주겠니? 완성되지 못하고 추락하는 날, 완벽하지 못한 채 부패하는 날, 부디 용서해 주겠니? 네게 꽃만을 보이고 사라지는 날, 네게 꽃만을 내주고 무너지는 날, 부디 사랑해 주겠니? 봄바람 스치듯 네게 안기던 날을 아직도 찾아서 헤매는 이런 나를 다시금 꼬옥 안아줄 수 있겠니? 아직도 미성숙한 날 사랑해주겠니?
떨림은 물 흐르듯 스며들었고 불안은 늘 계속 자연스러웠다. 땅거미 지는 걸 보고 있자면, 저 이글거리는 태양에 몸져눕고 싶다고 저 날카로운 수평선에 떨어지고 싶다고 한결같은 생각만을 되뇌고 또 되뇌고만 있다. 꽃이 피어나는 계절에도 잎사귀 살랑이듯, 더는 봄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고 머리가 일렁인다. 이젠 뭐든 맞이하기 버겁다면서 몸이 휘청거린다. 떨림은 물...
당신에게 빛을 안겨주기 위해 나는 어둠으로 나를 내던졌습니다. 나는 칠흑빛으로 물들어 갔습니다. 검게 그을린 나를, 당신은 미워하시겠지만 짙게 얼룩진 나는 당신을 빛나게 하렵니다. 당신의 등 뒤에, 당신의 눈 아래, 보이지 않을 곳에 무참히 쓰러져 있겠습니다. 진흙탕에 연꽃이 피어나듯이, 내 심장에서 피어난 당신은 저 빛만을 사랑하시겠지요. 당신에게서 어둠...
시커먼 하늘에 추적 추적 밤비가 내린다. 개구리 노래해 아름답게 이 밤을 꾸민다. 달님도 빛으로 화려하게 이 밤을 비춘다. 한 여름 밤의 꿈은 안개가 된다. 사람이 잠들 적에 하늘에서 밤비가 내린다면 사람이 꿈꿀 적에 하늘에서 빗소리가 들라면 꿈으로 만들어진 안개가 세상을 품는다. 달님이 하염없이 외롭게 이 밤을 비추면 개구리 노래하며 분주히 이 밤을 꾸미...
넌 꿈을 앓았지. 감기 앓듯이, 평생 꿈을 앓았지. 매일 괴로워하던 네겐 꿈이라는 질병이 있었고 매일 눈물 흘리던 네겐 희망이라는 약이 있었지. 약을 늘렸는데도, 네 꿈은 죽지 않더라. 시간이 지남에도, 꿈은 너와 죽으려 했지. 나도 꿈을 앓았고 꿈을 죽여버렸어. 하지만 너는 왜 앓으면서도 웃는 거야? 매일 바스러지던 네겐 꿈이라는 지병이 있었고 매일 웃고...
가슴 속에 빛바랜 시를 꺼내와서 은하수에 빛바랜 시를 보내준다. 하늘을 떠다니며 당신의 눈에 비치길. 은하수의 별이 되어 당신에게 가닿길. 가슴 속에 빛바랜 맘을 꺼내와서 은하수에 손수 적은 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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